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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23 혼란스러우니 제목도 뭘 붙여야 하는지 모르것다. (8)
 "얀 웬리 역시 당신과 우정을 맺을 수 있을지언정 신하는 되지 않을 것입니다. 남의 일이지만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뷰코크가 내민 손에 술잔이 쥐어지는 것을 라인하르트는 놓치지 않고 지켜보았다.
 "왜냐하면 민주주의란 대등한 친구를 만드는 사상이지 주종관계를 얽어가는 사상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노장군의 동작이 건배의 자세로 바뀌어갔다.
 "저는 좋은 친구가 필요하고 또한 남에게도 좋은 친구로서 살고 싶습니다. 하지만 좋은 주군이나 좋은 신하는 갖고 싶지도 되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과 저는 같은 깃발을 우러르지 못했던 게 아니겠습니까? 베풀어주신 호의 감사합니다만 이 늙은 몸이 당신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술잔이 노인의 입술에서 기울여졌다.
 "민주주의를 위해 건배!"
 참모장이 화답했다. 파멸과 죽음을 눈앞에 두고 두 사람은 담담하게 술잔을 교환했지만 노장군의 얼굴엔 어딘가 멋쩍어 보이는 기색이 드러나 있었다. 팔자에도 없는 설교를 했다는, 후회스러움 같은 것이었다.
                                                                                             을지서적 판 '은하영웅전설 7 노도편 p222

 고인이 되신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자였을 것이다.
 하지만 고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실제로 고인의 측근들은 가신[家臣]이라 불렸으며 그 중 최측근은 집사[執事]라는 봉건시대의 명칭으로 표현되었다. 의원 빌려주기 같은 권모술수를 펼쳤을 때 의원직 사퇴나 고인의 곁을 떠나는 식으로 결사반대한 측근이 없었던 것을 보면 측근들 역시 고인을 동지[同志]라기 보다는 주군으로 보았던 것 같다. 요즘 고인을 기리며 쓰여지는 일부 지지자들의 글을 보면, 지지자들 역시 고인에게 민주주의 지도자보다는 주군에 대해 충성심이라는 관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갑자기 모르겠다.
 그 인물이 가진 사상에 동조하는 것과 그 인물에 대한 충성이라는 것이 구별이 가지 않는다.
 충성심이란 것은 민주주의에서 불필요한 것일까? 그렇다면 지지자들이 자신들의 지도자에 관해서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 반대로 지도자는 자신의 지지자들을 어떤 식으로 보아야 하는지...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

 ...똑똑하면 좋겠다. 공부를 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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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hiroyume 2009.08.23 17: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고 또 생각나서 적는건데 그러고 보면 다나카 선생의 은하영웅전설은 2,30대에게 민주주의를 한번 쯤은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기도 하네요. 삼국지처럼 확대재생산이 끊임없이 이루어질 정도로 성공하진 않았지만 충분히 휼륭한 군웅담이자 작품인것 같습니다. 지금 읽기에는 약간 어설픈 감도 있지만 ^^
    p.s 바라트 전투가 왠지 제4차 카와나카지마 전투 같지 않아요 ? ^^

    • Favicon of http://valhae.kr BlogIcon 渤海之狼 2009.08.25 23: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지금도 끊임없이 회자되는 것을 보면 재미는 확실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굉장히 좋아하고요. ^^

      바라트는... 말씀을 듣고 보니 제 4차 카와나카지마 전투와 비슷하군요. 그러나 제가 예전에 떠오른 것은 아네가와 전투[姉川の戦い]였습니다.

      아사쿠라-아사이 연합군과 오다-토쿠가와(개인적으로 토쿠가와는 오다의 부장격인 인물이라 생각하지만 이 당시까지는 아직 대등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에 근접하다고는 생각하기에)말입죠.

      가령 오다의 13단으로 구성된 개별 부대의 층은, 라인하르트가 깔아놓은 수 많은 얇은 부대의 띠들을 연상케 하고.

      다른 곳을 제압하러 갔다 돌아온 뮬러는 이나바 잇데츠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2. shiroyume 2009.08.24 08: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냥 회사와 같다고 생각하면 되는게 아닐까요. 회사는 민주주의 체제 안에 있지만 운영방식은 민주적이지 않으니까요. 물론 노조가 있고 수평적 관계로 이루어지는 회사도 간혹 보이나 기본적으로 경영진 소수에 의해 하향식으로 이루어지니까요.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지자 역시 목적을 이루기 위한 회사원으로 보는것도.
    한국의 민주주의의 문제는 역시 대통령의 권한이 너무 막강하다는데 있습니다. 후르시쵸프도 권력이 비대한 공산국가도 합의제에 의한 정치를 하는데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이 권력이 막강하다는게 아이러니라는 이야기를 했을 정도로 대통령의 권한은 비대한대다 한국같이 민주주의가 사실상 미발달한 국가에서는 더욱 그 폐해가 두드러집니다. 한 역사가는 그 권력이 비대해진 유신체제의 박정희 대통령과 김일성주석을 가리켜 두개의 기형적 쌍둥이라고 했을 정도로 대통령제에서의 대통령이 권한이 폭주하듯 확대되면 왕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그 권력은 실로 전제적으로 커집니다.
    그로 인해 인물중심적인 정치가 이루어지는게 필연이고 그 인물의 권위를 높여주기 위해 봉건적인 조직이 이루어 지는거라 생각합니다. 저역시 정치에는 무관심한 편이라 일인중심의 대통령제가 필요한지 합의제적인 의원내각제가 필요한지 모르겠지만 요즘 같아서는 견제기구가 제대로 마련되어있지 않는이상 행정부 내부에서라도 견제가 이루어지는 의원내각제가 이루어지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그래야 되겠다는 생각을 정치권에서도 하고 있지만 한나라당 측은 아무래도 비대 권력화를 좋아하는편이라 썩 반기지 않는 편이고 민주당 역시 의회에서 밀리는 편이라 대통령제를 바꾸면 의원수로 수상이 결정되는 의원내각제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네요.

    두 개의 거성이 90일 정도의 차를 두고 동시에 떨어졌습니다. 울적한 요즘입니다....

    • Favicon of http://valhae.kr BlogIcon 渤海之狼 2009.08.25 23: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장문의 글 고맙습니다. 저에게 굳건한 생각이 있다기 보다는 막연한 느낌만 가지고 있다보니 다른 분들의 생각을 듣고 싶었습니다.

      마치 왕이 지방 영주를 봉하듯이 각파의 수장들이 국회의원을 임명하는 것 같습니다. 지역감정의 폐해가 민주주의에서 봉건체제와 같은 모순을 만드는 것 같습니다.

      의원내각제를 말씀하시니, 그 의원내각제를 수립하기 위해 여기저기 달라 붙던 김종필씨가 생각나는군요.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도 의원내각제 하자고 했다가 팽당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도 그리했고..또 팽당하고.

      다시 한 번 장문의 글 감사드립니다.

  3. Favicon of http://royalhouse.tistory.com BlogIcon Cavalier 2009.08.24 16: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상에 동조하면서 그 인물에 반했고, 인물에 대한 반함 마음이 시간이 지나가면서 충성으로 이어진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 인물에 대한 진정한 존경심을 표현하는 방식이 우리나라에서는 잘못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요?

    그나저나 어떠한 인물이던지 반해서 돕고 싶은 사람이 생기면 좋을텐데, 과연 그런 사람을 언제 만날 수 있을까요 .. 이 생에서 만날 수는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 Favicon of http://valhae.kr BlogIcon 渤海之狼 2009.08.25 23: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존경심을 표현하는 방식이 우리나라에서는 잘못 이루어지는 것"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만... 저 역시 구시대 인물이다 보니 그게 잘못된 것인가?..라는 생각도 들어서요. 다른 분들의 생각을 듣고 싶었습니다.

      예전 소설 한명회...에서 나온 말인데(정확하게 이런 말이었는지는 장담을 못합니다만)

      인물이 시대를 만드는 것이 아니고, 시대가 인물을 소명해서 쓴다...는 말이 있었습죠.

      시대가 어지럽다면 그런 인물이 나타날 것이라 생각합니다.

  4. Favicon of http://hyunby1986.tistory.com BlogIcon 턴오버 2009.08.27 12: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반독재투쟁, 민주화를 부르짖었지만 그분들도 구시대에 태어나 자랐던 인물이었다는게 한계가 아닐까 싶네요. 그 시대에는 보기 드물게 깨어있는 사람들이었지만, 그들을 가르쳤던 혹은 그들에게 정치적, 사상적 영향을 끼쳤던 사람들 역시 권위주의적인 면을 갖고 있었고, 그걸 그대로 답습했다... 이게 답이 되지 않을까요?

    그런데 현재 이것도 저것도 아닌 민주당을 보면서, 이들을 이끌어갈 강력한 리더쉽이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생각은 하는데, 권위주의적이지 않으면서 리더쉽이 있는 사람... 찾기가 참 어렵네요.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나마 여기에 가까운 모델이 아니었나 싶었는데, 그의 진정성에 동조한 일부 사람들을 제외하면 같은 울타리에 있던 사람들은 작은 이익에 눈이 멀어 그를 떠나가고 말았죠. 리더가 권위주의적이지 않으면 그가 가볍게 보이는걸까요?

    • Favicon of http://valhae.kr BlogIcon 渤海之狼 2009.08.27 13: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확실히 그런 면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분들은 구시대에 태어나고 생활했으니까요.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모델이 생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제 자체가 구시대적인 인물이다 보니 권위주의=리더쉽이라는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권위주의적이 아니면서도 리더쉽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우선 먼저 생겨야 할 것 같군요.

      일반적으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주먹은 가깝고 법은 멀다라는 말도 있는 것이겠고요. 그래서 자본주의 권력과 권위의 상징인 돈이 많은 사람은 뭘 해도 용서를 받는 것이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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