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사회를 인식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장원(荘園)'의 잔재인 '총촌(惣村=そうそん)' 즉 센고쿠[戦国]의 마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헤이안 시대[平安時代]. 후지와라노 미치나가[藤原 道長]로 대표되는 쿠게 정치[公家政治]가 일본 전국에 '장원'이라는 작은 독립영토를 만들었다. 바로 연공(年貢)인 세(稅)를 면제받는 '사령(私領)'이다. 무사(武士)는 이 '장원=사령'을 경호하는 무장민(武装民)에서부터 출발한다.
카마쿠라 시대[鎌倉時代]를 거쳐 무로마치 시대[室町時代]에 들어서자 '슈고 직[守護職]'이 고정화되어 일부 씨족이 그 지역에서 강대해져 갔다. 그러자 '슈고 직'의 권력이 강대해져가는 것을 위험시하여 그것을 제한하기 위한 시스템이 생겨났다. 이것이 '슈고 불입권"[守護不入権]'이다.
슈고 불입권의 주된 내용으로는 슈고에 대한 징세거부권(徵稅拒否權)과 경찰권의 획득이다. 총촌(惣村)은 막부(幕府)에 직접 납세한다는 명목으로 슈고에게 조세(이를 “단젠[段銭]”이라 하였다)를 거부하였고, 도둑과 같은 범죄자를 잡으려고 하더라도 슈고의 가신은 마을에 들어가지 못하고 입구에서 마을사람들이 범인 포박하는 것을 기다린 후 인도받았다.
막부에게서 이 권리를 얻은 마을은 '장원'에서 보다 자립성이 강한 '총촌=센고쿠의 마을'이 되어 갔다. 와카야마 현[和歌山県]의 어느 마을에서 발견된 1491년의 마을 규정에는 센고쿠 시대의 마을 자치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현대인이 '센고쿠의 마을'을 연상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여기저기 산재한 '외국대사관'을 떠올리면 되지 않을까? 아니면 '주일미군기지'도 좋은 예이다.
전국 각지에 있는 주일미군기지는 '일본'이 아니다. 일본의 통치시스템인 '도도부현(都道府県)'에서 격리되어 있는 어엿한 '미국'이다. 거기서 근무하는 군인 및 그 가족들을 미국인들이며, 세금을 미국에 납세하고, 죄를 지으면 기본적으로 미국 법률에 따라 심판 받는다. 일본의 행정단위인 도도부현에는 지방세의 '징수권'도 없으며 각 도도부현 경찰에 위한 '사법경찰권'도 없다. 이것이 '슈고 불입권'이다.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이 경우 '슈고'는 '도도부현 지사'이며, 막부가 '일본정부', 총촌이 '주일미군기지'가 된다. 즉 당시의 일본에는 '막부'라는 중앙정부하고만 연결된 총촌지배자 즉 호족들의 '주일호족기지'가 무수히 많았던 것이다. 그 안에서 농민들은 밭을 갈고 농작물을 자신들의 주인인 호족에게 납세하였다. '센고쿠의 마을'은 '슈고'에게 납세하지 않았다.
이때 주의해야만 할 것이 '슈고 불입권'으로 인해 막부의 지배력이 약화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원래 이 권리는 '슈고'에게 너무 많은 권한을 주었기 때문에 막부가 인정한 제도이다. 이 '슈고 불입권'을 원했기에 '센고쿠의 마을'은 막부의 권위를 계속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다른 표현을 쓰자면 '슈고'에게,
그러던 중 일본에 미증유의 기후변동 즉 ‘소빙하기(小氷河期)’가 찾아와 대기근이 민중을 습격하였다. 극단적 경제 정체 속에서 의지하던 막부는 경제적으로도 지리적으로도 먼 존재가 되었으며, 심각한 식량난 속에서는 믿을 만한 권력이 아니게 되었다. 무엇보다 막부를 이용하면서 득이 되는 것은 대의명분일 뿐 군사력이나 경제력은 모두 자신들이 해결하고 있었다.
그러자 ‘총촌=센고쿠의 마을’들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싸우기 시작했다. 기근으로 흉작이 들었을 경우에는 옆 마을에 약탈하러 갔다. 그 옆 마을이 머릿수가 많고 강하면 즉 '다이묘우[大名]'라면 그 밑으로 들어갔다. 센고쿠의 마을 스스로가 어느 다이묘우에 붙을까를 판단하였다. 힘이 있는 호족은 많은 총촌을 집어삼키며 거대화하였고, 힘이 없으면 흡수되어 갔다. 슈고 직에 있던 가문이 강력하면 그대로 센고쿠 다이묘우[戦国大名]가 되었고, 가문빨이 없더라도 마을을 많이 흡수할 수 있었던 사람은 ‘힘 있는 자’가 되어 하극상(下克上)을 실현해 갔다. 이렇게 전국의 ‘총촌=주일호족기지’의 재편성이 행해진 것이다.
'오케하자마 전기[桶狭間戦記]’의 작품 속 이마가와 요시모토[今川 義元]가 ‘이마가와 가나 목록 추가[今川仮名目録追加]’에서 거론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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