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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7.20 같은 사건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눈 (10)
일본의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고 있던 불교의 중이 쿄우토[京都]를 방문했다. 그는 굉장한 사기꾼에 변설이 뛰어났지만 위대한 설교자로 유명하며, 더할 나위 없이 거만한 자세에 모든 불승(佛僧)의 통념을 파괴하는 극도로 특이한 중으로, 이름을 무헨[無辺]이라고 하였다. 그것은 무한(無限) 즉 ‘한계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며, 일본 전국에 그 이름을 떨쳤다.

어떤 사람은 그가 기적을 행한다고 말했으며, 또 어떤 사람은 무헨이 마음 속 깊숙한 곳을 들여다 보며 마음 속 비밀을 파헤친다고 하였기에, 많은 사람들이 무헨에게 모여들었다. 무헨을 한 번 보고 그의 의상에 입맞춤하고자, 무헨의 숙소에 대군중이 모여들어 입구에서 그를 기다렸다.

원래 노부나가[信長]는 과도하게 기이한 짓을 뽐내는 자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것을 극도로 혐오하며 또한 노부나가 자신 역시 거만하였기에, 스스로를 높이고 남을 내려다보는 사람이 노부나가의 영내(領內)에 있는 것을 참지 못하였기에, 예전부터 무헨에 대해 여러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듣고는, 무헨과 사자이보우[栄螺坊]라는 – 무헨을 자신의 처소에 숙박시키고 있는 다른 중과 함께 출두하라고 명령하였다.

(출두한 무헨을) 꿰뚫어지도록 쳐다본 뒤,
(너는) 어느 나라의 사람인가?하고 물었다.
무헨은 단지 “무한[각주:1]“이라고 짧게 대답했다.
노부나가는 “중국, 시암 어느 쪽 사람인가? 하고 신문했다.
무헨은 자신이 순례하고 있다고 하였다.
노부나가는 “모든 인간은 일본, 중국, 인도가 아니면 안 된다. 너가 인간의 모습을 한 악마라면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너의 신분을 알려고만 하면 곧바로 알 수 있으니 어서 말하라”고 하였다.
이에 대하여 무헨은 “반도우 지방[坂東地方]인 데와[出羽]의 하구로[羽黒] 출신입니다”라고 말하였다.(확실히 이곳은 악마에게 봉사하는 사람들이 모인 장소[각주:2]이다).
노부나가는 이에 답하여 말했다. “나는 이 자가 사기 치는 것을 좋아하는 요술사라고 예전부터 너희(가신)들에게 말하였다. 이 놈은 방금 전까지 자신의 출생지도 거주지도 갖고 있지 않았다. 더구나 자신을 (일본의 옛 중인) 코보 대[弘法大師]라고 선전하며, 남들이 준 그 어떤 것도 받지 않고 자신에게 욕심이 없다며 받은 것들을 숙박했던 집에 놓고 간다 – 고 사람들은 말한다. 정말 그렇다면 어째서 이 놈은 항상 같은 집에서만 머무는가? 나는 그것을 물욕이 없기에 하는 짓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것은 받은 물건들을 자기 것을 만들기 위한 잔꾀이다. 무헨 너는 기적을 행한다고 하던데 그렇다면 내 앞에서 행해보거라”
고 하였지만 무헨은 기적의 ‘기’자도 보이질 못했기에,
노부나가는 “기적을 행하는 인간은 본성, 마음가짐, 눈의 움직임, 표정에서 그가 가진 덕을 나타낸다. 그러나 너는 흔히 볼 수 있는 나무꾼보다도 천하며 야비하다. 너는 무지한 부녀자들을 속여 너가 통과하는 지역이나 마을에서 돈을 쓰게 만들고, 불쌍한 사람들을 학대하고 있다. 그건 정말 악한 일이다”고 말하고선 가신들에게 “너희들 어서 이 놈을 혼내주거라”고 말했다.

무헨은 곧바로 그 자리에서 조금 구타 당하고, 길고 아무렇게나 길렀던 머리를 빡빡 깎인 뒤 목줄에 매여 거리를 돌게 하는 불명예를 안겨준 뒤 도시에서 쫓아냈다.

나중에 노부나가는 또다시 무헨이 여전히 사기를 치며, 밤중에 남녀가 무헨을 방문하고, 무헨이 병든 여성들을 낫게 한다며 주술을 부린다는 것을 듣고, 자신의 명령이 엄격히 지켜지길 바라는 노부나가는 모든 길에 보초를 배치하여 무헨을 잡도록 명령하여 무헨이 잡히자 곧바로 참수시켰다. 이교도들은 노부나가가 무헨을 죽이는 것에 약간의 공포를 느꼈지만, 무헨이 죽고 난 뒤 그가 행했던 위선과 사기를 알려짐에 따라, 노부나가의 굉장히 사려 깊은 행위라고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 루이스 프로이스 일본사[각주:3] 제2부 29장


무헨에 대해서[無邊の事]

3월 20일. 무헨이라는 행각승이 이시바 사[石馬寺]의 사자에보우[栄螺坊]의 처소에 잠시 거주하고 있었다. 자주 기이하고 특이한 술법을 부린다고 한다. 신분이 낮은 사람들은 자신이 바칠 수 있는 만큼의 돈이나 물건을 가지고 ‘술시의 비법[丑の時大事の秘法][각주:4]’을 전수받고자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절의 문 앞에 모여있다고 한다.

노부나가 공[信長公]은 무헨에 대한 소문을 평소 자주 들으셨는 바, 무헨을 만나보고 싶다 말씀하셨기에, 사자에보우는 무헨과 함께 아즈치로 왔다. 곧바로 마구간으로 행차하셔 이곳에서 무헨을 천천히 살펴보시더니 평소 생각하던 모습과 같더라.

(노부나가가) 행각승의 태어난 곳은 어딘가? 하고 물으시자

(무헨은) 무변(無邊)이라고 답했다.

(노부나가가) 다시 묻네만 중국인인가? 천축인인가? 하고 거듭 물으시자

(무헨은) 단지 수행자일 뿐, 이라고 답했다.

(노부나가는) 인간이 태어나는 곳은 중국, 천축, 일본 밖에 없는데도 그 외라고 하니 참으로 수상하구나. 그렇다면 네 놈은 틀림없이 괴물이겠구나. 그렇다면 불로 지져버리겠다. 여봐라 불을 이리 가지고 오너라. – 라고 명령하시자,

그 말에 겁이 난 무헨은, 데와[出羽]의 하구로[羽黒] 사람이라고 말하였다.

그러자 노부나가는,
단순한 장사꾼이 아니더냐? 여태까지 태어난 곳도 없고, 사는 곳도 없다면서 속였다. 또한 불법을 널리 퍼트린다(弘法)고 떠들고 다니며, 욕심이 없다면서 사람들이 물품을 주면 받아서 자신이 머무는 곳에 두면서 계속 그곳만 이용하는 것은 일견 욕심 없이 보이겠지만, 반대로 이는 무욕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기이한 술책을 행할 수 있다고 하니 그 기이한 짓을 보여 보거라 – 고 명령하셨지만 무헨은 전혀 하지 못했다.

(노부나가가 말하길) 대개 기적을 행하는 사람은 용모에서 안색까지 남보다 뛰어난 것이 있다. 네놈은 산적만도 못하다. 여자나 아이들을 속이고 내 영지에서 그들의 돈을 갈취하다니 참으로 괘씸하도다. 이놈에게 창피를 주어라 – 고 명령하셔서, 긴 머리를 가위로 군데군데 자르고 나체로 만들어서는 끈으로 묶어 조리돌림을 한 뒤 아즈치에서 추방하였다.

또한 나중에 노부나가는 무헨이 어찌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물으셨는데, 여전히 술시의 비법을 전수한다거나 혹은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성, 또는 병에 걸린 여성 등에게 ‘배꼽비교’라는 것을 행한다고 하였다. “미래를 위해서다.”라고 말씀하시고는 노부나가 님 직할지와 휘하 다이묘우[大名]들에게 명령을 내려 잡아들이도록 하여 잡히자 심문 후 처형하였다.

(노부나가는 무헨을 머물게 했던) 사자에보우에게 “어째서 아즈치 근방에 저런 종자를 머물게 하였는가?”하고 물으시자,

“이시바 사의 본당에 비가 새, 그것을 수리하고자 권선(勸善)을 위해서 잠시 머물게 하였습니다”고 말하자,

노부나가는 이 돈으로 절을 수리하라며 은자 30매를 하사하셨다.

-오오타 규우이치[太田牛一] 신장공기(信長公記)[각주:5] 권13[각주:6]


개인적으로 기독교 프로이스의 이교도를 바라보면서 쓴 서술과 일본인 오오타 규우이치의 서술의 차이가 재미있었습니다.
거기에 배꼽비교...라는 은근 성적인 표현을 프로이스가 알면서도 안 썼는지 혹은 몰랐는지, 그리고 당시 일본의 세계사상인 중국, 천축, 일본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을 것 같은데, 천축(인도)를 시암(태국)이라 한 것도 흥미롭습니다.
또한 무헨이 칭했다는 것이 정말 프로이스의 기술대로 일본의 옛 승인 '코우보우 대사[弘法大師]'인지, 아니면 일본의 연구자들이 말하는대로 '불법을 넓힌다(弘法)'으로 쓰인 것인지도 궁금.
또한 그 후의 처방에서 프로이스는 기술 안 했지만, 오오타 규우이치의 기술에는 나오는 절의 수리비를 주는 노부나가의 모습은 나름 츤데레?

ps:...노파심 삼아 추가합니다만, 이 기술만으로 노부나가가 불교를 억압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노부나가가 싫어했던 것은 있지도 않는 것으로 남들을 현혹시키는 사람 혹은 단체를 혐오하고 벌을 주었을 뿐입니다.
  1. 포르투갈어로 infinito라 쓰여 있다 함 [본문으로]
  2. 하구로는 슈겐도우[修験道]의 수행장이다. [본문으로]
  3. 현대어역은 추오우코우론 사[中央公論社], 마츠타 키이치[松田毅一] 선생의 것을 이용. [본문으로]
  4. 술시는 오전 2시 즈음. 그래서 프로이스의 기록에 무헨의 처소로 밤중에 남녀가 찾아간다고 나온다. [본문으로]
  5.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마치다 판[町田版]을 이용 [본문으로]
  6. 신장공기 권13은 1580년의 일어난 일을 다루고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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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Gyuphy IV 2011.07.22 19: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고보면 머리빨로 만들어냈던 권위가 머리를 깎인뒤에 사라졌다는 점에서 삼손씨와 비슷한 스토리진행처럼도 보이는데요, 그런 성경적(?) 해석의 프로이스씨와는 다르게 신장공기쪽은 한국 중고딩들 두발단속하듯 몇군데에 고속도로를 내버렸다며 적어놓은걸 보면...

    같은 사건에 대한 해석의 차이가 느껴집니다(;!)(어이쿠 이게 아니려나..)

    어휴 요샌 그나저나 꽤 덥군요.. 발해지랑님도 이래저래 건강 신경쓰며 잘 보내세요.

    • Favicon of http://valhae.kr BlogIcon 渤海之狼 2011.07.22 19: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깍인 다음에도 여전히 배꼽비교를 하고 다닌 것을 보면, 여전히 권위는 살아있었던 듯.

      그차이가 재미있더군요. 악마라던가, 노부나가에게 거만하다는 수사를 붙여 놓는다거나..

      그러게요. 많이 덥군요. 규피님께서도 夏バテ가 되지 않도록 많이 그리고 잘 드시길 비옵니다.

  2. 정동희 2011.07.25 11: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노부나가를 보면 중세를 넘어 근대적인 합리인이란 생각이 듭니다
    종교를 억압했다기 보다는 부처를 등에 업고 혹세무민하는 자들을 싫어했다고 생각하구요
    요즘도 이렇게 되도 않는 짓거리 하면서 예수나 부처를 팔아 제 욕심 챙기는 놈들이 있는데
    노부나가 처럼 불러다 때리고 창피를 줬으면 좋겠네요

    • Favicon of http://valhae.kr BlogIcon 渤海之狼 2011.07.25 12: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신장공기에서도 노부나가가,
      "미래를 위해서다(先々までの爲めにて候)"라고 했듯이, 나중을 생각한다면 위정자는 분명히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합습죠. 다만...국내 정치가들은 정치꾼이다보니, 눈 앞의 표가 더 중요하지 나라의 미래 따위...

      여담으로...
      지금의 일본에서도 노부나가만한 리더가 없다면서, 미래를 위해서라면 당장의 비난 같은 것은 감수해야 하는데 그런 인물이 없다면서 투덜대더군요.

  3. Favicon of http://royalhouse.tistory.com BlogIcon Cavalier 2011.07.25 18: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꼭 글을 쓰면 그 글의 요지는 안 읽고 엉뚱한걸 찾는 부류가 더러 있는데, 오늘은 제가 그러한 형국이었습니다. 저 글을 읽자마자 다른건 안 떠오르고 손책과 우길이 떠오르더군요(..) 우길 역시 무헨과 마찬가지로 목이 잘리는 참화를 피하지 못하였으며 손책과 노부나가 역시 폭력적인 최후를 맞이했다는 점이 자꾸 떠오르는 덕분에 글을 더욱 재밌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손책의 모습이 그러했지만 노부나가 역시 자신의 위에 누군가가 선다는 사실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사람인것 같습니다. 요시아키는 이것을 빠르게 파악했던 듯 합니다만 말입니다.

    다시 읽어보니 프로이스는 무헨과 노부나가의 대담이 어디서 일어났는지 확실한 파악을 하지 못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 눈에 들어오는군요. 그런데 흥미로운 점이 있어 질문을 드리고자 합니다. 노부나가의 세계관에서 왜 조선은 빠져있었던 것일까요?

    • Favicon of http://valhae.kr BlogIcon 渤海之狼 2011.07.25 23: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 그런 식으로 볼 수도 있군요. ^^
      못 보던 것을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다만 손책은 멸망시킨 적의 세력에 죽고, 노부나가는 자신의 부하에게 죽었으니 동일하게 보기에는 좀....
      ( 거기에 저는 노부나가가 동시대 일본의 다른 이들과 비교해서 특별히 포악하다거나 폭력적인 면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위에 서는 것에 이것도 포함될지 모르겠습니다만....
      노부나가의 경우 텐노우의 권위를 세워주는 편이었습죠. 가령 조정이 노부나가에게 관백, 태정대신, 장군...셋 중 원하는 것에 되시오...라는 삼직추임문제[三職推任問題] 때 조정의 칙사를 만나는 문제에 있어서, 너무 급작스러운 말이라 답변을 미루어야 하는데 그래도 칙사를 만나도 되나? 라고 물을 정도였습죠. 오히려 조정의 칙사인 카쥬우지 하레토요[勧修寺晴豊]는 "어쨌든 우선 만나뵙고 싶다"고 할 정도로 절차를 무시하집요.

      직접 보지는 않았을테고 아마 노부나가의 가신들 중 누군가에게 들었을테죠.

      중화라는 문명에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했을 듯 합니다.

    • Favicon of http://royalhouse.tistory.com BlogIcon Cavalier 2011.07.26 09: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매일 가르침만 받아가서 적자나실까봐 걱정입니다. 좋은 지식 또 알아가네요.

      음식 조심하시고 건강하세요 ㅎㅎ

  4. Favicon of http://ndd247.tistory.com BlogIcon needled247 2011.07.31 23: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신장공기의 한 부분을 볼 수 있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저 그런데 신장공기는 어디서 번역된 걸 찾으셨나요? (아니면 직접 번역하셨나요?) 소설, 드라마 말고 제대로 된 일본전국시대 역사서를 한번 보고 싶은데, 번역된 책이나 온라인 도큐먼트 같은게 있나요?

    • Favicon of http://valhae.kr BlogIcon 渤海之狼 2011.08.01 06: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계획 상으로는 전국무장 100이라는 책을 다 번역하고 나면 신장공기의 번역을 할 생각입니다.

      음... 아무래도 제 관심사가 일본쪽이다 보니 주로 일본에서 검색을 하는지라, 한국에서 일본측 역사서 등을 번역하는 분이 계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한분 계셨지요. 중간에 관두셨습니다만)

    • Favicon of http://ndd247.tistory.com BlogIcon needled247 2011.08.01 15: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일본어를 잘 하시는군요.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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