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와 나가히데(丹羽 長秀)는 시바타 카츠이에(柴田 勝家)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오다 노부나가(織田 信長)의 양대 중신이었다. 히데요시가 이 두 사람을 닮고 싶다며 하시바(羽柴)라는 성을 자칭할 정도였다.

 나가히데는 성실했지만 완고했다. 그에 대해서 이런 에피소드가 있다.
 노부나가가 오우미(近江)의 아자이 나가마사(
井 長政)를 멸망시켰을 즈음, 조정에 주청하여 휘하 부하장수들에게 관위를 수여했다. 히데요시는 치쿠젠노카미(筑前守)가 되었으며 아케치 미츠히데는 휴우가노카미(日向守), 시바타 카츠이에는 슈리노스케(修理亮), 타키가와 카즈마스(川 一益す)가 사콘쇼우겐(左近監), 아라키 무라시게(荒木 村重)가 셋츠노카미(摂津守)가 되었다. 나가히데에게는 에치젠노카미(越前守)가 준비되어 있었다. 하지만 나가히데는 '지금의 고로우사에몬(五郎左衛門)으로 충분합니다'라 우기며 듣지 않아 결국 노부나가도 포기했다고 한다. 이러한 융통성 없는 일면이 나가히데에게는 있어 시류에 완전히 순응하지 못했던 말년의 비극을 낳게 된다.

목면 토우키치, 쌀 고로사, 돌격하라는 시바타에, 후퇴전의 사쿠마[각주:1]
木綿藤吉米五郎左かれ柴田に、退佐久間
 노부나가 전성기 때 항간에서 유행한 노래(小唄)인데, '목면 토우키치'는 키노시타 토우키치로우(木下 藤吉郎)[각주:2]를 지칭하여 부지런한 사람을 의미하고, '쌀 고로사'는 나가히데의 특징을 쌀로 표현한 것이다. 종횡무진하며 기책(奇策)을 발휘하는 화려함은 없지만 반드시 필요하며 견실한 그의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

 히데요시가 오다 가문에서 초고속 출세를 하여 태두하자 시바타 카츠이에는 거센 적의를 불태우지만 나가히데는 오히려 히데요시를 옹호하는 입장에 섰다. 노부나가 사후의 분쟁에서도 나가히데는 히데요시 측에 섰다.
 1582년 6월 혼노우 사(本能寺)에서 노부나가가 죽자 히데요시는 질풍과 같은 기세로 츄우고쿠(中
)에서 동진하여 아케치 미츠히데를 물리쳤는데 이때 노부나가에게 명령 받아 시코쿠(四)를 정벌하기 위한 준비로 셋츠() 스미요시(住吉)의 포구에 있던 나가히데는 히데요시의 군과 합류하여 아케치군에게 대항했다.
 노부나가 사후 시바타 카츠이에-하시바 히데요시의 주도권 다툼으로 유명한 키요스 회의(
清洲会議)에서도 나가히데는 히데요시를 위해 힘써 히데요시와 함께 노부나가의 적손 산포우시(三法師)[각주:3]를 오다 가문의 후계자로 내세웠다.

 나가히데의 운명에 미묘하게 금이 나기 시작한 것은 히데요시가 시즈가타케(賤ヶ岳)에서 시바타 카츠이에를 물리치고 그를 키타노쇼우(北ノ庄)에서 죽이며 천하인으로서 첫발을 내디디면서부터이다.
 겉으로 보기에 니와 가문은 영광으로 빛나고 있었다. 야마자키 전투(
山崎合戦)[각주:4]와카사(若)와 오우미(近江) 북부를, 시즈가타케(賤ヶ岳) 후에는 에치젠(越前)과 카가(加賀)의 2개 군(郡)을 합하여 실로 123만석이라는 거대한 영지(領地)를 소유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나가히데는 히데요시의 휘하 장수로 전락했다. 바로 전까지만 해도 자신보다 격이 낮았던 히데요시에게 복종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더욱이 나가히데의 가슴을 무겁게 하는 사태가 일어난다.
 히데요시는 카츠이에를 멸한 후 오다 가문의 삼남 노부타카(
信孝)를 자해시켰고[각주:5], 코마키-나카구테(小牧長久手)에서는 차남인 노부카츠(信雄)를 공격한 것이다. 오다 가문이야말로 나가히데의 주가(主家)였다. 그런 주가의 자식을 죽이고 공격하는 히데요시의 횡포에 참을 수 없었으며, 그렇게까지 해가며 노부나가 사후의 천하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가는 히데요시에게 환멸을 느꼈다. 그렇다고 해서 카츠이에처럼 히데요시를 철저히 증오하며 싸우지도 못했으며, 마에다 토시이에(前田 利家)처럼 능숙하게 시류에 타 추종하지도 못했다.

 나가히데는 에치젠(越前) 후츄우(府中)의 거성(居城)에 틀어박힌 채 울적한 나날을 보내었고 몇 번에 걸친 히데요시의 초대에도 응하려 하지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1585년 4월 16일, 병상에서 자결한 것이다.
 그 자결할 때의 이야기가 기괴하다. 사서에 따르면 '가령 어떠한 병이건 내 목숨을 앗아가려고 한다면 그야말로 적이다. 어떻게 해서든 그 적을 물리치마'라고 말하며 스스로 배를 갈라 손을 집어 넣고는 뭔가를 꺼냈다. 매의 부리와 같은 형태를 한 덩어리였다. 나가히데는 이 이물질을 반드시 히데요시에게 보내라고 한 뒤 죽었다고 한다.

[니와 나가히데(丹羽 長秀)]
1535년생. 오다 가문을 대대로 섬겨온 가문 출신. 오우미(
近江) 사와야마(佐和山)의 성주가 되었고 노부나가 사후 히데요시와 동맹을 맺고 카츠이에를 쓰러뜨려 에치젠(越前) 등 123만석을 받았다. 51살에 자해.

  1. 차례 순으로 토요토미노 히데요시(豊臣 秀吉), 니와 나가히데(丹羽 長秀), 시바타 카츠이에(柴田 勝家), 사쿠마 노부모리(佐久間 信盛)를 말한다. [본문으로]
  2. 하시바 히데요시(羽柴 秀吉)가 되기 전에 쓰던 이름. [본문으로]
  3. 노부나가의 후계자인 적자 노부타다(信忠)의 아들로 후에 오다 히데노부(織田 秀信) [본문으로]
  4. 히데요시가 아케치 미츠히데를 물리친 전투. [본문으로]
  5. 어차피 비슷한 것이겠지만 굳이 말하자면 오다 가문의 당주 '격'이 된 오다 노부카츠(織田 信雄)가 자해시킴.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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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hyunby1986.tistory.com BlogIcon 턴오버 2009.03.20 10: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다가 4대 중신 가운데 노부나가의 자리를 그대로 물려받은 히데요시와는 달리 나머지 시바타, 타키카와, 니와는 얼마 못 가 몰락했고, 오래 살지도 못 했네요. 기회를 잡은 자와 못 잡은 자의 차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히데요시가 자기들 위에 있는걸 용납 못해서 인가요...

    • Favicon of http://valhae.kr BlogIcon 渤海之狼 2009.03.21 21: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일인자니까요.^^
      일인자란 껄끄러운 것을 싫어하더군요. 아무래도 동격이나 위에 누가 있음 조심조심하는 것이 당연.

      일인자...라는 것은 단어 뜻 그대로 동격이나 그 위에 아무도 없기에 일인자라고 생각합니다.

      설사 살려두고 싶다고 하더라도 일인자 휘하에 있는 사람들이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겠죠.

    • Favicon of http://hyunby1986.tistory.com BlogIcon 턴오버 2009.03.22 10: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 제가 표현을 세밀하게 하질 못했네요.

      나머지 히데요시가 원래 나머지 세 사람 밑에 있었다가 1인자가 됐으니 나머지 세 사람 입장에서는 히데요시 밑에 있는게 좀 힘들지 않았나 하는 뜻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자존심을 지키면서도 존중받는 2인자가 된 이에야스가 새삼 대단해 보입니다.

    • Favicon of http://valhae.kr BlogIcon 渤海之狼 2009.03.23 17: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렇습니다.
      이에야스는 그런 점에서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오다 가문 내에서야 서열의 상하가 있었을테지만, 이에야스는 노부나가와 동급(여기도 상하는 있지만)인 상태에서 노부나가의 부하에게로 기어들어갔으니.

      쉽지 않았겠죠...
      ...라는 한편 휘하 부하들(& 딸린 식솔들)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이 할 수 밖에 없는 선택이었다고도 생각합니다.

  2. 맹꽁이서당 2009.03.20 12: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23만석이면 한때나마 거대했네요. 전국시대 종반에는 가문별로 부침이 심했군요...

    • Favicon of http://valhae.kr BlogIcon 渤海之狼 2009.03.21 21: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절대적인 권력자의 존재가 그런 것을 가능하게 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니와 가문의 경우 나가히데가 살아 있는 동안은 그것이 불가능했기에 죽자 그 아들에게 갖은 누명을 씌어 몰수했지만요.

  3. 朴先生 2009.04.09 01: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엄청나게 뛰어나진 않지만 없어서는 안 될 사람... 이런 사람이 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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